온라인으로 천연 세제 파는 작은 가게입니다. 직원은 없고 저 혼자, 스마트스토어랑 인스타 같이 운영한 지 한 2년 됐습니다.
처음에 제품 소개 카피를 쓸 때 저는 '성분'에 집착했습니다. 성분이 좋으면 그걸 설명하면 팔린다고 믿었거든요. '계면활성제 무첨가', '100% 식물성 원료', '피부 트러블 걱정 없는' 이런 식으로 상세페이지도, 인스타 게시물도 전부 성분 설명 위주로 채웠습니다. 나름대로 근거 있는 선택이었습니다. 실제로 제가 이 제품을 쓰게 된 이유도 성분이었으니까요.
반년 넘게 그렇게 했는데 반응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. 그냥 애매했습니다. 팔리긴 팔리는데 뭔가 걸려드는 느낌이 없달까요. 저장수도 그냥저냥, 문의도 가끔. 큰 문제는 없는데 뭔가 막힌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.
그러다 어느 날 인스타 게시물에 댓글이 하나 달렸습니다. '근데 이거 거품은 잘 나요?' 였습니다. 저는 그 댓글을 처음에 그냥 흘려봤습니다. 거품은 당연히 나고, 그것보다 성분이 훨씬 중요한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. 근데 이상하게 그 댓글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.
그래서 저장된 게시물 댓글이랑 DM 문의들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. 성분 관련 질문보다 '거품은요', '향은요', '세탁할 때 불편하지 않아요' 같은 질문이 훨씬 많았습니다. 저는 한 번도 그 쪽으로 카피를 쓴 적이 없었는데.
그때부터 방향을 바꿨습니다. 성분 얘기는 뒤로 빼고, 쓰는 순간의 경험을 앞으로 꺼냈습니다. '거품이 의외로 잘 나서 처음엔 저도 놀랐어요' 같은 식으로요. 상세페이지 첫 단락도, 인스타 첫 줄도 전부 바꿨습니다.
바꾸고 나서 확 달라졌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. 저장이 조금 늘었고, DM 문의가 전보다 자주 오는 것 같긴 한데, 솔직히 그게 카피 때문인지 계절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.
안 통한 것도 있었습니다. 중간에 '한 통이면 ○○개월 쓸 수 있어요' 식으로 가성비 각도도 넣어봤는데 반응이 더 없었습니다. 그냥 조용히 뺐습니다.
아직도 모르는 게 있습니다. 성분 카피가 안 통한 건지, 아니면 성분 카피도 맞는데 제가 못 쓴 건지. 카피 방향이 바뀐 게 맞는 건지,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뀐 건지도 헷갈립니다.
비슷하게 카피 방향 바꿔보신 분 계시면, 뭘 보고 바꾸셨는지 궁금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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